알리콘은 집 근처에서 일할 수 있는 1인 사무실 형태의 분산 오피스 '집무실'을 운영하며, 현재 정동 등 수도권 내에 지점을 두고 있습니다. 집 근처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기존의 공유오피스와의 차별점입니다.
집무실 서울대입구점 내부. 사진 알리콘
[이코노미조선=임수정 기자]
“원격 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이 근무 방식에 대한 높은 자율권을 바탕으로 원하는 인재를 뺏어 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기에 원격 근무를 시행하지 않는 기업이 뒤처질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조민희 알리콘 공동대표는 11월 18일 오후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원격 근무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알리콘은 분산 오피스 ‘집무실’ 운영사로 지난 5월 비즈니스 네트워킹 플랫폼 ‘로켓펀치’와 브랜딩·공간 기획 전문 기업 ‘엔스파이어’가 합병해 출범한 회사다. 집무실은 ‘집 근처 1인 업무에 최적화한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목표 아래 현재 정동·서울대입구 등 2개 점을 운영하고 있다. 연내 수도권에 4~5개 지점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
조 대표가 2013년에 창업한 로켓펀치는 창업 이후 줄곧 100% 원격 근무를 시행한 회사로도 유명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부터 원격 근무가 일상이었던 회사다. 코로나19 이후 합병이라는 큰일을 치르고 분산 오피스라는 신사업에 뛰어든 조 대표는 “늘 하던 대로 일해선 안 되고 일하는 방식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에게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일 잘하는 법에 대해 물었다.
조민희(왼쪽) 알리콘 공동대표가 11월 18일 오후 화상으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분산 오피스’라는 개념이 낯설다.
“반드시 사무실로 출근해서 일하는 방식과 달리 분산 근무는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방식이다. 분산 업무를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 곧 분산 오피스다. 공유 오피스가 중심 업무지구에 사무실을 내고 싶은 기업을 위한 공간이라면, 분산 오피스는 중심 업무지구까지 가지 않고 일하는 사람의 집 근처 가까운 곳에서 일할 수 있게 해준다는 차이점이 있다.”
집무실을 운영한 지 반년 정도 됐다. 시장 반응은 어떤가.
“1호점인 정동점은 오픈한 지 일주일 만에 모든 좌석이 꽉 찼다. 얼마 전 문을 연 2호점인 서울대입구점도 반응이 뜨거웠다. 기업은 물론 개인 신청자도 많았는데, 누구나 알 법한 회사 개발자들이 100명 정도 신청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말했다. 집에서 일하기는 힘든데, 그렇다고 사무실까지 가는 건 너무 비효율적인 것 같아서 집무실을 써보기로 했다고. 분산 업무를 도입할지 말지 고민하는 기업이 많다. 그래서 집무실은 유튜브나 넷플릭스처럼 한 달 무료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써보고 마음에 들면 계속 쓰라는 거다. 시장 반응이 좋아서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신청도 늘고 있다.”
앞으로 집무실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오프라인 공간인 집무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서비스가 있다. 업무용 사스(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나 채용 서비스 등이다. 이런 온라인 서비스를 로켓펀치를 통해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온·오프라인 연동 서비스 외에도 팝업 스토어처럼 오프라인 공간을 이용하는 서비스도 가능하겠더라. 가령 집무실의 라운지 공간을 협찬하겠다는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데, 일하는 사람에게 일 관련 제품을 노출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하는 공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우리는 하루 6시간 이상을 일하는 공간에서 보내는데 그 정도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침대 말고는 없다. 마치 온라인 플랫폼의 가치를 평가할 때 이용자가 머무는 시간이 중요한 것처럼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하는 공간이 중요하다.”
원격 근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가. 아마존 같은 기업은 사무실을 확대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원격 근무의 상징적 기업 줌의 시가총액이 150조원을 넘었다. 시장 기대치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가리라 생각했다면 줌 같은 기업은 없었을 것이다. 또한, 많은 글로벌 기업이 사무실을 없애고 원격 근무를 시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곧 한국에 있는 인재들이 수도권에 살면서 출퇴근에 시간을 허비할 것인지, 시차 문제를 겪더라도 글로벌 톱 기업에서 원격으로 일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말도 된다.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이런 사람이 늘어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기업이 끊임없이 고민한다면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상 오피스는 어떻게 보는가.
“시도해볼 수는 있겠지만 너무 나갔다고 생각한다. 원격으로 떨어져서 온라인 공간에서 일하는데 또 다른 가상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다. 우리는 원격 근무의 (오프라인) 환경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분산 근무가 답이라는 것인데, 분산 근무는 집중 근무를 대체하게 될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출퇴근 시간이 30분인데, 한국은 수도권 기준으로 2시간이 걸린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 나면 하루 16시간 정도를 깨어 있는데 하루 2시간이면 매우 중요한 시간 아닌가. 2시간 더 자면 일을 더 잘하지 않을까. 모든 사람이 분산 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강남, 을지로로 출근해 일하는 게 맞는 것인가 싶다. 기업 입장에서 원격 근무 시스템을 갖추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인재를 고용할 수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글로벌 톱 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원격 근무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한다. 유능한 인재를 데리고 오기 위해 원격 근무가 도입됐지만, 이제 원격 근무를 하지 않는 기업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왜냐하면 원격 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이 근무 방식에 대한 높은 자율권을 바탕으로 원하는 인재를 뺏어 가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격 근무를 시행하지 않는 기업이 뒤처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원격 근무를 주저하는 경영진에게 조언하자면.
“원격 근무 관련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면 ‘내가 안 볼 때 직원이 일 안 할 거라고 생각하면 원격 근무를 도입하지 말고, 열심히 일할 거라고 생각하면 하라’고 한다. 관리자의 마음속에는 ‘내가 안 볼 때 저 사람이 일 안 하지 않을까’라는 근원적 불안감 같은 것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 ‘직원이 열심히 일하고 안 하고가 정말로 공간 때문인지’ ‘일에 대한 열정이나 의욕을 잃어서 그런 건 아닌지’ 등을 스스로 질문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늘 하던 대로 일해선 안 되고, 일하는 방식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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